최한기 ...기측체의(氣測體義)

기측체의(氣測體義) 요약문 

최한기는 1836년 『신기통(神氣通)』(3권)과 『추측록(推測錄)』(6권)을 각각 저술한 뒤, 이를 하나로 엮어 『기측체의(氣測體義)』(9권)라는 제목으로 북경 인화당(人和當)에서 간행하였다. 그는 서문에서 “기(氣)의 체(體)를 논하여 『신기통』을 짓고, 기의 용(用)을 밝혀 『추측록』을 지었다”고 밝히며, 이 두 저작이 표리(表裏)를 이루는 관계임을 강조하였다. 『기측체의』를 통해 우리는 최한기가 세계의 근원으로 상정한 기(氣)의 본질과 특성, 그리고 기의 작용을 통한 인간 인식의 문제에 대한 철학적 탐구를 살펴볼 수 있다.

신기통(神氣通): 신기의 본성과 세계의 구조

『신기통』에서 말하는 ‘통(通)’은 모든 존재가 단절되지 않고 상호 소통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최한기는 우주를 하나의 거대한 장(場)으로 보았으며, 이 장은 끊임없이 서로 연결되고 소통하는 가운데 전체를 이룬다고 보았다. 그는 신기(神氣)의 활동을 인간의 신체와 감각을 통해 체통(體通), 목통(目通), 이통(耳通), 비통(鼻通), 구통(口通), 생통(生通), 수통(手通), 족통(足通), 촉통(觸通), 변통(變通) 등으로 구분하여 설명하였다.

특히 『체통(體通)』의 첫머리에서는 “천지를 꽉 채우고 물체에 푹 젖어 있어서, 모이고 흩어지는 것이든, 모이지 않고 흩어지지 않는 것이든 모두 기가 아닌 것이 없다”고 하였다. 이는 인간을 포함한 천지만물이 모두 기(氣)로 이루어져 있다는 선언이며, 기는 만물의 존재 근거이자 운동성과 생명력을 지닌 본질적 실체임을 뜻한다. 기는 끊임없이 자발적으로 운동하며, 어떤 형체를 취하더라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이러한 기의 자기 운동성과 일관성은 다양한 현상 속에서도 근원적 통일성을 유지하게 한다.

최한기에 따르면, 세계의 근원인 기가 구체적인 형질(形質)로 드러나면서 현상 세계를 이룬다. 인간은 천지의 기에서 나왔으며, 죽은 후에는 다시 천지의 기로 귀환한다. 이렇게 부분과 전체, 개체와 우주의 기가 순환과 전환을 통해 모순 없이 연결된다고 보았다. 기의 이러한 자기 운동성과 순환적 완결성을 최한기는 '신(神)'이라 명명하며, 기의 능동성과 생명성을 강조하였다. 즉, 기(氣)는 곧 신기(神氣)이며, 인간과 우주는 신기를 매개로 끊임없이 소통하고 변화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추측록(推測錄): 추측을 통한 인식의 방법

『추측록』은 총 6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기(氣)의 작용을 통한 인식론적 탐구를 담고 있다. 최한기는 기를 통해 이(理)를, 정(精)을 통해 성(性)을, 동(動)을 통해 정(靜)을, 자기를 통해 타인(人)을, 사물(物)을 통해 일을 헤아리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논하였다. 그는 신기의 경험과 추측을 통해 독창적인 기철학적 인식론을 세우고자 했다.

최한기는 특히 동양 전통의 기(氣) 개념과 이(理) 개념을 결합하면서, 서구 자연과학적 방법론, 즉 경험과 검증을 통한 탐구 방식을 적극 수용하였다. 그에 따르면, 세계에 널리 퍼져 스스로 운행하는 원리를 '유행리(流行理)'라 부르며, 이는 실재하는 자연현상, 즉 천도(天道)에 해당한다. 반면, 인간이 경험과 추측을 통해 구성하는 원리, 즉 '추측리(推測理)'는 인간의 도(人道)로, 인간의 기능과 관계의 불완전성을 극복해 나가는 끊임없는 생성의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최한기는 “추측의 이가 유행에서 나온다고 말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추측의 이가 곧 유행의 이라고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하여, 인간 인식의 상대성과 불완전성을 분명히 인식하였다. 결국, 세계에 대한 인간의 인식은 끊임없이 경험과 검증을 통해 확장되어야 하며, 추측은 자연법칙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조정하고 보완하는 영속적 과정임을 강조하였다.

변통(變通)과 주통(周通): 변화와 소통의 철학

최한기는 변화하는 우주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 인간 역시 끊임없이 변화하고 활동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소통의 기본 양식을 그는 '변통(變通)'이라 명명하였다. 인간의 신기(神氣)는 경험을 통해 대상 세계를 지각하고 추측함으로써 사물과 소통한다. 경험적 차원에서는 신체의 감각기관, 즉 목통, 이통, 비통, 구통, 수통 등을 통해 사물과 연결되지만, 보다 심화된 인식 단계에서는 사고와 이론화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고 통합해 나간다.

변통을 통해 경험과 추측이 심화되면서 인간은 체인(體認), 즉 몸으로 체득하여 아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여기서 변통은 주관적 자의성에 머물지 않고, 객관성과 보편성을 확보함으로써 보다 진실된 소통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심화 과정을 통해 도달하는 것이 바로 주통(周通)이다.

주통이란 인간의 경험이 단편적인 차원을 넘어, 사물과 사물, 인간과 인간, 나아가 인간과 우주 전체에 걸쳐 조화와 통일을 이룬 상태를 의미한다. 최한기는 소통의 궁극적 과제는 인간과 우주가 일체감을 이루는 것이라고 보았으며, 이를 통해 인간 존재는 자기 완성에 이르게 된다고 주장하였다.

최한기 『기측체의(氣測體義)』에 대한 감상문

인문학과 고전의 중요성에 대해선 누구나 인식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이를 접하고 공부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고전의 깊이를 이해하려면 단순한 읽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학년 교양과목으로 ‘동서양 고전의 이해’를 수강하게 되면서, 그동안 막연히 알고 있던 철학적, 인문학적 사유의 기회를 제공받은 것에 대해 기쁜 부담감을 느꼈다. 고대 석학들의 깊은 사상과 지혜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은 항상 매혹적인 일이지만, 이를 진지하게 이해하기까지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는 점을 실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의와 읽기를 통해 조금씩 그들의 세계에 다가가는 경험은 점차 의미 있는 시간이 되어갔다.

이 과목에서 1강에서부터 15강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서, 나는 망설임 없이 최한기의 『기측체의(氣測體義)』를 선택하였다. 다른 저자들의 작품은 어느 정도 들어봤지만, 최한기는 내가 처음 접하는 인물이었다. 특히 출근 버스에서 인강을 듣고 있을 때, ‘기측체의’에 대한 내용이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고, 이 경험을 글로 풀어낸다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선택하게 된 최한기의 저서는 예상보다 더 깊고 방대한 철학적 사고를 담고 있었다.

『기측체의(氣測體義)』는 19세기 조선 시대 학자인 최한기가 세계와 인간을 바라보는 전혀 다른 시각을 제시한 작품으로, 그 당시 주자학의 철학적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사유의 방식을 보여준다. 최한기의 철학에서 중심적인 문제는 ‘마음속에 있는 도덕적 본체를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 사회를 포괄하는 객관적인 세계의 법칙을 인식하고, 이를 실천하는 방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는 그 시대의 주자학적 세계관과는 확실히 다른 방향으로, 기(氣)를 세계의 근본적인 원리로 설정하고, 이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최한기의 철학은 그 자체로 실존적 질문을 던지며, 동서양의 사상적 경계를 넘나드는 혁신적인 접근을 보여준다. 그는 ‘기’라는 존재론적 개념을 통해 세계의 본질을 탐구했으며, 기의 작용을 이해함으로써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 나아가 사회의 근본적인 법칙까지 엿볼 수 있는 창을 열어주었다. 또한 그는 기를 통해 인간의 인식론을 정립했으며, 이를 통해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는 그가 단순히 철학적인 사고에 그친 것이 아니라, 현실의 세계와 인간이 직면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음을 잘 보여준다.

그의 철학을 경험하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기’라는 존재가 우리의 일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최한기가 주장한 바와 같이, 모든 존재는 기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는 단순히 물질적 요소에 그치지 않고, 우주와 인간, 나아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을 가능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리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의 존재와 그것이 만들어내는 관계망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인식의 가능성을 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최한기의 철학은 매우 유의미한 깨달음을 준다.

또한, 최한기의 『기측체의』는 당시의 철학적, 과학적 사고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차원의 인식론적 시각을 제시한 작품이다. 그의 철학은 단순히 ‘기’의 존재를 인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통해 실용적인 차원에서 어떻게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고, 이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특히 ‘기’와 관련된 그의 사상은 동양철학의 기존 틀에 도전하는 동시에, 서구의 자연과학적 방법론을 받아들여 세계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가능하게 했다.

최한기의 철학은 단지 한 시대의 사상적 산물에 그치지 않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이끌어갈 수 있는 중요한 인식론적 토대가 된다. 세계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은 매우 혁신적이었으며, 기를 통한 우주와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그의 방법은 오늘날 우리가 처한 세계를 이해하는 데에도 여전히 중요한 지침이 될 수 있음을 느꼈다. 그의 사상을 접하면서 나는 단순히 이론적인 학문적 관심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깊은 사유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결국, 최한기의 『기측체의』는 그 시대의 철학적, 과학적 사고의 한계를 넘어, 인간 존재와 세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의 열쇠를 제공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세계와 인간을 이해하는 또 다른 차원의 접근을 경험할 수 있었고, 그의 철학적 사유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음을 깊이 느꼈다. 이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은 앞으로도 나의 사유와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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